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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물

서예가 이근희, 제4회 아시아리더대상에서 문화예술부문 '수상'

“서예는 사람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길을 열어줍니다”

 

서정 이근희의 인생은 그야말로 ‘다채롭다’는 말로 표현이 된다. 60년대에 아나운서로 일했던 서정은 70년대, 남편을 만나면서 아내이자 엄마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특히 결혼 후 시어머니 23년간 모시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오랜 기간 시모를 모시는 효심 때문에 주변에서는 효부라는 칭찬도 줄곧 들었지만, 시모를 모시면서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시작점이 되어준 것이 바로 명심보감이었다. 


서정 이근희가 들여다 본 명심보감의 세계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깊었다. 그 과정을 통해 부인의 예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물론, 인내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대상을 향한 심리를 이해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었다.


그런 공부를 시작하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서정의 혜안이 더욱 깊어지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명심보감으로의 입문은 심리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후에는 전문적으로 심리상담을 공부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50대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녀의 삶은 또 다른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 그 해 말부터 서예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서예는 서정에게 글씨를 쓰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했다. 서에는 예를 갖추게 법을 알려주었고, 서예 공부를 통해 귀감이 되는 말과도 지속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서정 이근희 쓴 『行草書 敍亭千字文』의 “써도 써도 보이지 않는 서도의 길을 간다. 비상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침묵하며 가고 있다. 학문이란 深幽難見이라 그윽하고 깊어 열심히 정진하지 않으면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까닭에 마음가기가 無自欺 至誠이여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서예는 진실로 속됨 없이 써야 한다.”라는 글귀는 서예에 대한 서정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분명하게 이해하게 해 준다. 아마도 서예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남달리 가졌던 그 마음가짐이 서예의 세계에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삶에 대한 의지와 성찰은 서예를 통해 발견했습니다. 생명에너지로 넘치는 붓끝의 힘은 참된 나를 발견하게 만들었고 존재자로서 진정한 자유로움과 황홀한 기쁨을 맛보게 해주었습니다.”

 


서정은 대한민국서도대전 초대작가, 통일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약했고 평화통일대전 우수상, 서초구청장 서예교육 봉사상 표창, 국전 서예부문 입상, 사단법인 홍제문화선양대전 오체상 수상, 충효례실천운동본부 충효례 효행상 수상, 서초구 내 고장 인물 선정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그리고 현재 서정은 다양한 방법으로 서예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문화센터를 비롯, 개인적으로 사사받기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그가 경험했던 서예의 깊이를 전수하는데, 특히 농아들을 대상으로 서예를 가르치는 것에 유독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농아들에게 가르치면서 정말로 공부하기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위로받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이제는 남을 치유하고 남을 위로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 그저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특히 서정은 서예 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특히 전통서예에 대한 조애가 깊어 독창적인 서예의 세상을 열어가는 데 집중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전통 서예를 하는 편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전통 벗어난 서예를 많이 하는데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에 저는 전통서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쪽으로 연구를 많이 진행했습니다.”


한편 차별화되면서도 깊이 있는 서예세계를 개인전을 통해 더 다양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개인적인 교습을 받기 원하는 사람도 늘었고 저서를 발간하면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서정 이근희에게는 놀랄만한 반전 과거가 있다.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산할 기회들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어느 날 서정에게 온 방송국 관계자의 전화! 누군가가 SBS 방송국에 ‘몸짱, 얼짱, 춤짱’이 있다며 서정을 소개해 주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 계기로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서정의 진가를 알게 된 이후로 방송 관계자들은 서로 모시러 오겠다며 방송 섭외를 시도했다. 그때가 62세였다. 방송가에서는 이런 보석을 왜 이제야 발견했느냐며 반색했고 그 이후로도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면서 서정만의 끼와 매력을 알렸다.


“당시 저는 나이도 많은데 그런 기회들이 열리자 신기했습니다. 기라성 같은 사람 사이에서 뽑혔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겸손한 태도로 일관하는 서정은 사실 방송 출연 외에도 다양한 대회에서의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예술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했다. 패션 모델 활동을 하는 것을 비롯, International Education 주관 모델스타상, 시니어 펄스타선발대회, 시니어모델 선발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서예와의 행복한 교감은 글을 써본 사람만이 압니다. 축복처럼 내리는 기쁜 마음은 오늘도 큰 힘이 되어 삶의 질곡이나 번뇌를 없애주고 의욕적이고 긍정적인 나를 만들어 줍니다.”

 


서정은 서예를 통해 배운 인내의 가치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특히 오늘날 이혼률이 증가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젊은이들이 조금 더 인내하고 견디는 미덕을 갖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간 좋은 날이 옵니다. 결손가정 많이 생기면 사회가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인내하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서정은 이러한 가치관의 확립을 위해 서예인구가 더 많이 확산되기를 소원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제4회 아시아리더대상에서 문화예술부문으로 서정 이근희가 수상하게 되었다고 조직위원회 (위원장 장순배)가 밝혔다. 앞으로도 서정 이근희의 활약은 서예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귀중한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