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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재원 대책, 타당한가?

나는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을 반대했다. 내가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2017년 1월 26일자 국제신문 “[이상이 칼럼] 기본소득보다 복지국가가 먼저다”를 기고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2017년 2월 28일자 프레시안에 또 하나의 글을 발표했는데, 제목은 “기본소득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였다. 이 칼럼은 전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 “지금 기본소득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것이었다. 이후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가 됐고, 도정을 장악하면서 기본소득의 정치적 확산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이에 대해, 나는 줄곧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기본소득 비판’ 이외의 어떤 개인적 감정도 없다!

 

약 1년 반 전의 일이다. 코로나19 재난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이재명 지사는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요구했고, 여기에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때부터 나는 여러 지면을 통해 ‘정명’을 요구하는 비판적 칼럼을 발표했다. 그리고 작년 5월 KBS [시사기획 창] 특집으로 유튜브 토론 ‘타큐톡’이 기본소득 주제를 다루었는데, 여기서 나는 이재명 지사(양재진, 이원재와 함께)와 기본소득 토론을 했다. 안타깝게도 이후에는 이런 토론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접근 가능한 일부 지면(간헐적인 인터뷰 포함)과 유튜브 방송 이상이TV,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통해 간단없이 기본소득을 비판했고, 올해 5월 20일 <기본소득 비판>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기본소득을 옹호하는 분들이나 이재명 지사 측(지지자 포함)은 나의 기본소득 비판을 정략적인 것으로 오해하거나 억측과 함께 비난을 퍼붓기도 했고, 심지어 민주당 윤리심판원에 나를 징계하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나는 지난 30년을 복지국가 연구자이자 운동가로 살아왔고, 나름의 국가 비전과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큰 열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나는 기본소득이 논리적으로 보편적 복지국가의 발전·성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술적 논쟁의 소재로 머물러 있어야 할 기본소득 담론을 정치적 의제로 삼아 변형된 가짜 형태로 현실 정치의 전면에 내세운 이재명 지사를 비판했던 것이다. 

 

나는 이재명 지사에 대해 ‘기본소득 비판’ 이외의 어떤 개인적 감정도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 그리고 국민행복의 보편적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정치적 여정에서 기본소득과 같은 낡은 이념이나 걸림돌은 용납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과 재원 마련 방안

 

7월 22일,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임기 개시 다음 연도인 2023년부터 1인당 연간 25만 원(월 2만8백 원)을 지급하고, 임기 내에 연간 100만 원(월 8만3천 원)까지 늘려나가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19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약 700만 명)에게는 보편적 기본소득 외에 2023년부터 연간 100만 원(월 8만3천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가 집권한다면, 첫해의 예산 작업부터 무척이나 분주해질 것이다. 두 번째 연도(2023년)부터 지급해야 할 기본소득 재정의 크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얼마나 될까?

 

2023년도에 지급해야 할 기본소득 재정은 다음 두 항목의 합계다. 첫째, 전 국민 대상의 보편 기본소득으로 1인당 연간 25만 원씩(월 2만8백 원)을 5천2백만 명 모두에게 지급하기 위해 13조 원이 필요하다. 둘째, 청년 700만 명에게 보편 기본소득 외에 연간 100만 원씩(월 8만3천 원)을 지급하기 위해 7조 원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2023년도에 지급해야 할 기본소득 예산은 20조 원이다. 

 

집권 첫해인 2022년 예산 작업을 하면서 기존의 정부재정에서 20조 원을 짜내야한다. 재정 지출의 구조를 개혁하고 낭비적·비효율적 재정 사업을 정비하고, 재정의 자연 증가분을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주장은 역대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고, 규모도 많아야 5조 원을 넘기 어렵다. 또 재정의 자연증가분에 기대를 걸기도 어려운데, 이는 기존 복지 예산 등의 폭발적 증가와 새로운 예산 항목의 신설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의 구조조정으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구상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며, 그는 이 공약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공약만큼은 결코 지켜져선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보편적 복지의 확충을 위해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소중한 정부재정을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의 ‘의미 없는 푼돈’으로 낭비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의하면,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는 임기 3년차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임기 내에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연간 100만 원씩(월 8만3천 원)을 지급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기본소득 예산은 다음 두 항목의 합계다. 첫째, 전 국민 대상의 보편 기본소득으로 연간 100만 원씩(월 8만3천 원)을 5천2백만 명 모두에게 지급하기 위해 52조 원이 필요하다. 둘째, 청년 700만 명에게 보편 기본소득 외에 연간 100만 원씩(월 8만3천 원)을 지급하기 위해 7조 원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임기 후반기에 지급해야 할 기본소득 예산은 연간 약 59조 원이다. 여기서 이재명 후보는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비과세감면 폐지 등)를 거론했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국세 수입(최근 수년 동안 연 300조 원 내외임)의 증가 속도가 복지 수요의 증가 속도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수년 동안 연 평균 90조 원 정도의 국채를 매년 발행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보편적 복지 수요를 국세 수입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복지 수요의 충족 수준(복지의 양과 질)을 낮출 수는 없다. 그러므로 유일한 방법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발전과 성숙에 걸맞도록 국세 수입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다. ‘복지국가를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를 단행하자고 주장한다.

 

이재명 후보는 재정의 구조 개혁, 예산 절감, 예산 우선순위의 조정, 물가상승률 이상의 자연증가분 예산 활용, 세원관리의 강화 등을 통해 25조 원 이상을 마련하고, 연간 60조 원을 오가는 조세감면분의 순차적 축소를 통해 연간 25조 원 이상을 마련함으로써 임기 후반기에 지급해야 할 기본소득 예산(연간 약 59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기존의 재정에서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가져올 예산을 한 푼도 없다. 예산의 구조조정으로 마련된 예산은 급증하는 복지 수요의 충족과 보편적 복지국가의 확충을 위해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소득세 증세를 의미하는 ‘조세감면분 일부의 순차적 축소’는 장차 필요한 일이다(조세감면분의 상당 부분은 그것의 제도적 필요성 때문에 축소·폐지가 어려움). 하지만 조세감면분의 일부 폐지·축소로 마련될 정부재정도 이미 보편적 복지국가의 발전·성숙을 위해 투입되도록 예정돼 있던 것이다. 푼돈 기본소득으로 날려버릴 재정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이 아니라면, 장차 크게 늘어나는 정부재정은 전부 보편적 복지국가의 확충에 사용될 것이다. 유럽의 모든 선진복지국가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보편적 복지의 양적·질적 확충은 정부재정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축소와 함께 경제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보장하는 데 지출되도록 한다. 이런 보편적 복지국가에서는 정부재정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높은 방식으로,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즉 보다 정의롭게 지출된다. 그런데 여기에 지출돼야할 정부재정이 이재명 후보의 무조건적 푼돈 기본소득으로 무차별 지급될 경우, 이는 경제사회적 약자의 몫을 강자에게 똑같이 나누자는 것으로 ‘매우 역진적인’ 처사라 하겠다. 

 

증세의 수준과 복지국가 증세의 방향

 

2019 회계연도 기준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GDP의 20.1%이고, OECD 37개 회원국의 평균 조세부담률 24.9%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에 비해 4.8%포인트 낮다.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로 가려면 GDP의 4.8%포인트만큼 증세 등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 이럴 경우, 2019년 기준 경상GDP(1,919조 원)의 4.8%인 약 92조 원의 조세 수입이 늘어난다. 이 중의 절반을 사회서비스 등의 현물 급여로 지출한다면, 지출 가능한 현금은 많아야 50조 원이다. 그렇다면 이 재정은 어디에 쓰는 것이 옳을까. 

 

어떤 경우라도 푼돈이나 용돈 수준의 가짜 기본소득으로 지출하자는 데 정치사회적 동의가 모아지진 않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정부가 소중한 재정을 목표 효율성이 높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현금성 소득보장 프로그램인 국민기초생활보장, 국민취업지원, 전 국민 고용보험, 근로장려세제(EITC), 그리고 각종 조건부 사회수당(청년구직수당, 농민수당 등)의 확대·강화를 위해 지출함으로써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극복해주길 기대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필요 기반’의 보편적 소득보장이 제대로 구축되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고 싶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14년 GDP의 17.3%에서 5년 만에 20.1%(2019년)로 약 2.8%포인트 높아졌다. 이후 인구구조가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 향후 5년 이내에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 수준에 도달(약 4.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세목을 증세할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증세의 방안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세목을 중심으로 마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➀ 한국의 법인세수 비중은 GDP의 3.8%로 OECD 평균인 3.0%에 비해 높은 편이다.

➁ 한국의 재산 과세 비중은 GDP의 3.3%로 OECD 평균인 1.9%에 비해 크게 높다.

➂ 한국의 부가가치세수 비중은 GDP의 4.6%로 OECD 평균인 7.0%보다 크게 낮다.

➃ 한국의 개인소득세수 비중은 GDP의 5.4%로 OECD 평균인 8.3%에 비해 크게 낮다.

 

위의 사실을 근거로 복지국가 증세의 방향을 생각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정책적 필요에 따라 일부 법인 등에서 상향 조정이 가능할 수 있겠으나 법인세수의 규모나 최고세율의 수준이 이미 OECD 평균에 도달한 상태이므로 큰 폭의 조정은 어려울 것이다. 즉, 이 항목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증세를 하긴 어렵다. 

 

둘째, 2019 회계연도 이후 종합부동산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한편,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공시지가의 현실화 등으로 인해 이후 보유세의 부담률도 큰 폭으로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재산 과세 비중은 OECD 평균에 비해 더 커졌을 개연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재산 관련 과세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셋째, 한국의 부가가치세수 비중이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나 소비세의 의미 있는 인상은 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므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소비세 인상은 통일 대비 등 미래 용도의 세수로 아껴두는 게 좋겠다는 견해도 있으므로 증세의 우선순위에 들긴 어렵다.

 

넷째, 결국, 소득세율을 높여야 한다. 개인소득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 GDP의 약 3%에 해당하는 연간 60조 원 가량의 정부재정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 세수는 우리나라가 5년 이내에 마련하려는 ‘GDP의 4.8%’에 해당하는 복지국가 세수의 약 63%에 해당한다. 그리고 소득세율이 높아진다고 ‘일을 하지 않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므로 소비세의 경우와 달리 이것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다. OECD 평균 조세부담률에서 모자란 ‘GDP의 4.8%’ 중에서 개인소득세율 인상을 통해 약 3%를 마련하고, 나머지 ‘GDP의 1.8%’는 재산세수와 법인세수의 비중을 약간씩 높임으로써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결론을 지어보자면,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의 보편적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 이내에 OECD 평균 수준의 조세부담을 감당해야만 한다. 나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진적 증세를 강화하고 세수의 기반을 좀 늘리는 방식을 강구하되,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보편적 복지국가의 혁신 성장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마련한 정부재정을 어떻게 지출할 것인지, 바로 이 부분이다. 혁신·공정 경제를 통해 보편적 복지국가의 혁신적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 재정 지출이어야 한다. 이 돈을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의 ‘기본소득’으로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 세계 어느 나라도 복지·경제·소득재분배 효과가 열등한 이런 식의 재정 지출을 하진 않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 탄소세

 

이재명 후보는 임기 내에 기본소득과 연계된 국토보유세를 도입하자고 공약했다. 그는 토지공개념 실현, 불로소득 차단,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보유세율 1%는 약 50조 원 가량인데 조세저항이 심할 것이므로 징수세 전액을 국민에게 균등 지급하는 기본소득 목적세로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이럴 경우, 약 80%~90%의 국민들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은 순수혜자가 되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최소화되고, 양극화 완화, 경제 활성화, 투기 억제 등의 복합적인 정책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막아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실거주 1주택자 보유자나 무주택자를 보호하려면 긴급하게 전 국토에 대한 기본소득 토지세를 부과해서 그 재원을 전 국민에게 균등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의 보유세 현황부터 간단하게 살펴보자.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구성된다. 2019년 기준으로 연간 보유세수는 17조7500억 원이었고, 여기에서 종합부동산세수는 2조7000억 원이었다. 우리나라의 보유세수는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일까.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보유세수의 비중은 GDP의 0.93%, 그리고 OECD 35개 국가의 평균은 1.01%였다. 2020년과 2021년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지금은 우리나라의 보유세수 비중이 OECD 평균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종합부동산세수의 추이를 보면 2019년 2.7조 원에서 2020년엔 3.6조 원으로 증가했고, 2021년에는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5.1∼5.3조 원)되고 있다. 

 

부동산 과세 중에서 ‘보유세’ 이외의 중요한 것으로 ‘거래세’(취득세)가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거래세수는 ‘GDP의 1.8%’나 되는데, 이는 OECD 평균인 ‘GDP의 0.4%’에 비해 4.5배나 큰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비중(GDP의 0.4%)이 OECD 평균(GDP의 0.1%)에 비해 4배나 된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재산 과세 비중은 이미 OECD 최고 수준에 올라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보유세의 실효세율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보유세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진보적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이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핵심은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의 효과에 더해 부유세 성격을 가진 종합부동산세의 강화라고 하겠다.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기본소득 국토보유세는 기존의 보유세 중에서 지방세인 재산세는 그대로 두고,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대신에 전국의 모든 토지를 대상으로 삼아 새로운 국세로 비례형(정률) 또는 누진형(누진율)의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는 주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토지에서 징수한 세수를 똑같은 금액의 기본소득으로 모두에게 배분하자는 주장인데, 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토지 공유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이데올로기적 기획에 가깝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미 우리나라의 재산 과세 비중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게다가 최근 종합부동산세수의 증가 추이를 볼 때, 이것을 잘 정비하고 부유세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국가의 공공성 강한 토지·주택 정책이라는 목적에 더 잘 부합한다. 종합부동산세를 기본소득 국토보유세로 대체하고, 모든 세수를 푼돈 기본소득으로 날려버린다면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은 가로막히게 된다. 

 

또 이재명 후보는 기후위기를 맞아 탄소 제로 경제로 전환하려면 탄소세 부과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이를 통해 연간 30조 원, 혹은 국제기구의 권고에 따를 경우 연간 최대 64조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소세 재원 중의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온 국민에게 균등 지급하자고 공약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옳지 않으며, 본질적으로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 된다.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사실은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국제적 경제·무역 환경에 조응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한 것으로 인정된다. 문제는 탄소세수를 모두에게 균등 배분하자는 기본소득 주장이다.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여기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 실린 강충경 공동대표의 칼럼 “기후변화, 북유럽의 탄소세, 그리고 기본소득 포퓰리즘” 중의 일부 문단을 그대로 인용해보자. 

 

“탄소세에 대해 노르딕 3개 국가만 살펴보면, 핀란드가 세계 최초인 1990년 시작했고, 스웨덴이 이듬해인 1991년 실시했다. 핀란드는 화석연료의 탄소 함량에 기초하여 톤당 1.12유로 부과로 시작해서 점차 늘려갔고, 2011년에는 탄소세와 에너지세를 통합해 2019년 기준으로 탄소세로 1톤당 62유로(8만3천 원)를 부과하고 있다. 세계에서 탄소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웨덴인데, 핀란드보다 훨씬 많은 톤당 112유로(15만 원)에 이른다. 스웨덴의 재생에너지 비율 54.6%가 강력한 탄소세와 깊게 연관되어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덴마크는 23유로(3만1천 원)이다. 이들 세 나라는 탄소세라는 조세 제도를 통해 산업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인 독일도 2021년부터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독일은 탄소세 부과와 함께 원자력 발전은 2022년, 석탄화력 발전소는 2038년에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유럽연합은 탄소 국경세(Carbon Border Tax)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만일 실행된다면, 국제 무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수출 전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 석탄발전 40% 이상, 재생에너지 5.8%로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다행스럽게 많이 늦었지만, 최근 탄소세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노르딕 국가들의 경우처럼 기후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에 쓰여야 할 탄소세수가 엉뚱한 곳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과 학계 일부에서 탄소세와 디지털세 등을 거둬서 국민 모두에게 월 몇 만 원씩의 기본소득으로 나눠주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탄소세는 법률을 통해 탄소부담금을 강제로 징수하는 것인데, 탄소부담금 부과대상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들과 난방유·천연가스·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업과 개인이 될 것이다. 당연히 에너지와 관련 상품 가격의 전반적 상승이 초래되고, 이로 인해 최종적인 비용 부담자인 사회구성원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하위 소득 계층은 비용 상승으로 인해 큰 곤란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면, 탄소세 수입을 어디에 쓰는 것이 옳을까. 에너지 비용의 상승으로 큰 곤란을 겪게 될 하위 소득 계층을 지원하는 데 쓰는 것이 옳다. 또 환경 보호 및 개선 분야에 지출하도록 해야 한다. 건물과 주택을 에너지 저 소비형으로 개선하고,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신재생 에너지 분야 등의 미래 청정에너지를 연구·개발하는 데도 이 재원을 써야 한다. 

 

탄소세 등의 환경세 수입을 1/n로 나눌 때 각 개인에게 의미 있는 금액이 돌아가긴 어렵다. 그야말로 소액의 푼돈이 되고 만다. 게다가 탄소세의 최종적인 목적은 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탄소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언젠가 목표한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줄게 되면 탄소세 수입도 없어진다. 환경 보호를 위한 이런 교정 목적(가격 상승을 통해 탄소 사용을 줄임)의 조세 항목은 목표가 달성되면 폐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한시적 조세 수입을 근거로 무조건적 보편성 원칙의 기본소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볼 일이다. 이런 재원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환경과 산업·에너지 구조 등을 개선하고 저소득계층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데 지출해야 한다. 

 

이쯤에서 강충경 공동대표의 위 칼럼 중 일부 문단을 다시 인용해보자.

 

“무엇보다 탄소세를 거둬서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주자는 발상을 제안한다는 것 자체부터 놀랍다. 앞서 보았듯이 탄소세를 최초로 실시한 핀란드, 가장 높은 세율로 탄소세를 거두고 있는 스웨덴, 그리고 풍력에너지 1위 국가인 덴마크, 그 어느 나라도 탄소세를 거두어 기본소득으로 나눠주지 않는다. 탄소세는 30년 이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산업구조의 혁신과 재생에너지로 전환 그리고 석탄 등 화석원료 산업에서 소멸된 일자리의 창출에 투자되었다.”

 

나는 기본소득 담론을 반대한다. 원대한 비전(목적)과 달리 기본소득의 원리가 너무 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국가를 대체할 시대적 담론이 될 수 없다. 북유럽 모델의 보편적 복지국가, 즉 각종 복지(현금+사회서비스 등) ‘필요’에 상응하는 지원이 사각지대 없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보편적 복지’ 원리가 향후에도 긴 세월 동안 시대적 상황에 맞게 진화·발전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발걸음을 재촉해서 가야할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이재명 후보는 각종 가짜기본소득을 내세우며 기본소득 포퓰리즘 정치를 전개하고 있다. 정치적 기본소득은 논리적·경험적으로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 실현가능성·정합성·지속가능성이 없고,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을 방해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