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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교학상장(敎學相長)_서로에게서 길을 찾다.

【우리일보 김선근 기자】 고령화로 접어든 사회에서 은퇴한 사람들의 재취업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새로운 일도 아니다. 사회적인 정년은 그대로이지만 퇴직한 사람들의 신체적, 사회적 능력은 아직 사회의 일원으로 남아있기 충분하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은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그들은 스스로 돌파구를 찾았고 정년이 없는 두 번째 인생을 위해 기술을 선택하였다. 
그들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지천명을 지나 이순이 되어 하늘의 명과 이치를 깨달아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성인의 경지에 닿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배움에 거침이 없고 그 성과는 탁월하다. 


그동안 그들이 쌓아온 화려한 경력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도약하는 발판이 된다.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운영하는 신중년특화과정은 재취업을 희망하는 만 4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전기, 자동차, 용접 등의 기술교육을 국비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남인천 캠퍼스 스마트전기과는 2018년 상반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기시스템제어 직종의 기술교육을 통해 300여 명에 가까운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다. 


560시간, 약 4개월의 집중교육을 통해 90% 이상의 자격증 취득률, 7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입시 때마다 400%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준다. 


40대 이상의 재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교육을 받는다. 


자영업을 하던 사람들도 있고, 은행원, 공무원, 교사 등으로 정년퇴직한 사람들, 대기업 및 중견 기업에서 명예퇴직한 사람들 등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술자가 되기 위해 매년 폴리텍 대학을 찾는다. 


늦은 나이에 그동안 쌓아왔던 경력을 뒤로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워 사회 초년생들과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기술을 익히기 위한 지식과 체력도 필요하며 경제적으로도 그동안 누려왔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년 과정에 입학하는 이들은 새내기 대학생과 같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전공, 경력과 무관한 기술을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며, 막힘이 있을 때도 물러서기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know-how)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만들어 낸 이와 같은 긍정적인 분위기는 지난 6년간 한국폴리텍 대학의 신중년 과정을 이끌어 온 버팀목이 되었고 새로운 연령대의 기술인 양성이라는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기술을 전수하는 우리 교수자들은 입학과 동시에 필수적인 배경지식과 단기간에 익힐 수 있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 학생들과는 다르게 신중년 학생들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눈에 보이는 성과가 필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교육 기간 동안 최소 1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목표를 세운다. 


대학은 다양한 장비와 풍부한 실습재료를 원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며 교수자들은 학생들이 능숙하게 해당 기술을 익힐 때까지 전담하여 교육한다. 


학생들의 열정과 교수자들의 사명감이 하나가 되어 발휘하는 큰 시너지 효과는 높은 자격증 취득률과 취업으로 이어진다. 


교육을 제공하는 교수자들은 항상 연구하고 배우는 데 익숙하다. 


배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르치면서 배우는 경우가 있는데 신중년 과정을 운영하면서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새로운 것을 대하는 자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래에 대한 대비 등의 가르침은 책과 연구를 통해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우리에게 왔지만 우리는 그들을 통해 앞으로 가야 할 새로운 길을 찾게 되었으며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고 공감하게 되니 배워서 가르치고, 가르치는 중에 배우게 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자 서로에게서 서로의 길을 찾아 같은 길을 가게 되는 동행자(同行者)가 되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