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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 위기 속에서도 학교는 존재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학생들의 등교를 시행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집단 감염의 위험이 존재하는 학교를 여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과 학력 저하, 맞벌이 부부 자녀 관리의 어려움 등을 해소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상존하고 있다. 어떤 결정이든 결정에 대한 막대한 책임과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교육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우리가 본질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2학기 전면 등교를 선언한 교육부의 입장을 살펴보면서 ‘왜, 학교를 열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시대 학교의 존재 이유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장기화 된 원격수업으로 발생한 문제로 학력 저하를 들고 있다. 굳이 학교를 열려는 이유가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면 이 문제는 다양한 학습콘텐츠를 계발하여 공급하고 학생들이 이를 수행하도록 통제하는 수단을 강화하면 될 것이다. 인터넷 강국의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창출할 기회는 아닐까? 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미래 사회의 교육 시스템을 앞당겨 도입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점에서 많은 사설 교육기관들이 새로운 이윤창출의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보면 꼭 이런 이유만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현재 우리는 맞벌이 가정의 보육을 위해 4단계에서도 초등학교 1, 2학년은 전면 등교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학교의 사회적 책임이 교육보다는 보육이 중요한가를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학교를 열어야 하는 이유가 부모가 없는 시간에 학생들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면 학교는 보육시설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방과 후 돌봄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을 보면 어쩌면 학교는 학생들을 데리고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지체시킬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교육자의 한사람으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학교에 간다.‘에서 ’학교에 온다‘로 바뀐 등교의 풍경이 생경하기는 하지만 학교를 열어야 하는 근본적이 이유에 대해 위에서 언급한 부정적 시각보다 긍정적인 답을 찾아야 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국에서도 학교를 열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인성교육의 실현과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이라는 이유를 들고 싶다.

 

교육자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등교중지로 인한 학력저하도 문제이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나타나는 ’학습의욕의 저하‘, ’공동체적 생활 규칙의 부재‘, ’의지박약‘ 등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일례로 원격수업의 성공여부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와 성실성인데 이는 학생들에게는 참 어려운 선택이다. 대충 시간을 때우기만 해도 되는데 적극적 참여를 강조하다 보니 학생들의 다양한 꼼수가 나타난다.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거짓을 가르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긍정적 통제나 조정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등교가 답이다. 이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삶의 자세나 생활의 규칙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의 본질 즉 인성교육의 실천이 학교에서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2학기 전면 등교의 목적은 바로 이런 인성교육과 사회성 함양의 실현이 되어야 한다. ’학생을 학생답게‘ 지켜 내기 위해서 우리는 학교의 문을 열어야 한다.

 

걱정과 우려로 쫒기 듯 등교를 결정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등교의 결정은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학교 존재의 본질과 관련된 결정이어야 한다. 전쟁 중에도, 아니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학교의 문을 열었던 그 이유는 학교는 배움의 터전이라고 하는 생각이 기반이 되어서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이런 고난을 극복하는 의지와 생각을 배워왔고 그래서 코로나 위기에서도 학교의 문을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전에도 선생님들은 자신의 위험을 뒤로한 채 교육을 위해 앞장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등교를 결정하는 교육 당국의 시각은 그래서 더욱 교육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안전을 매개로 하는 감염병 상황에서 우리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등교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에 꼭 학교를 와야 하는 당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는 교육적 선택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모든 선생님들이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감지하여 인성교육의 중심에 서서 우리 학생들의 인성을 세우는 일에 주력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행복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진정 학교는 행복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또한 부모의 부재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학교가 다시 존재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다움을 배우는 공간으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들이 더욱 고생할 수 있도록 용기와 격려를 보내야 할 시기이다. ‘너희가 와야 학교가 아름답다’는 구호가 빛을 발할 수 있으려면 교실을 풍요롭게 채워 줄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 다시 생각해도 교육에 대한 해답은 인성교육이 답이다.

 

이대형 인천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경인교육대학교 교수